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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무대인사] 고양이를 부탁해(Take Care Of My Cat,2001) - ★★★★

by 닭보끔탕 2021.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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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만에 4k로 리마스터링 하며 재개봉한 '고양이를 부탁해'. 나는 '비밀의 숲'을 뒤늦게 보고 배두나의 팬이 됐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20주년을 맞아 무려 극장 재개봉을 해준 것!! 무대인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급하게 예매하여 다녀왔다.

 

 

영화-고양이를-부탁해-포스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포스터

기본정보

  • 제목 : 고양이를 부탁해
  • 감독 : 정재은
  • 국가 : 한국
  • 장르 : 드라마, 코미디
  • 러닝타임 : 110분
  • 등급 : 12세 관람가

 


영화-고양이를-부탁해-무대인사-단체샷
왼쪽부터 정재은 감독,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배우

무대인사 후기

 무대인사는 영화가 끝나고 진행됐다. 이 날 CGV에, 메가박스에, 롯데시네마에.. 하루종일 무대인사 스케줄이 있어서 머무는 시간이 짧았다. 감독님께서 마지막에 "질문...."이라고 하셨지만 시간이 없어 질문 타임 없이 바로 가셨음 흑흑

 배두나 배우 본다고 너무 떨리고 정신이 없어 단체사진은 몇장 찍지도 못했다. 감독님 독사진도 못 찍었음....

 

 사실 영화 보는 내내 저 당시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뒤떨어져있구나 싶었다. 촬영 과정에서 스트레스받았을 고양이가 안쓰러웠다. 근데 무대인사 때 감독님이 바로 그 얘기를 언급하시며, 조심스레 당시의 열악한 환경과 지금이라면 그렇게 촬영하지 않을 것을 얘기해주셔서 참 좋았다. 그걸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감독님을 전폭 지지하게 됨. 이렇게 바꿔나가면 되는 거다.

 

 

배우-배두나-무대인사-사진
배두나 배우

 조명 없이 어두워서 건진 사진이 몇 개 없는데 두나 배우 사진은 잘 나온 게 꽤 있다.

 인사를 하고 작년에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묘 얘기를 아주 잠깐 언급했는데 내 뒤쪽에 찐팬들은 아아.. 탄식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라이트늦덕팬(=나)은 얘기 듣고 놀랐다... 그런 슬픈 일이 있었다니..

 

 <고양이를 부탁해> 하면 연출 얘기도 꽤 하게 될 것 같다. 혜주가 회사에서 블라인드 올리며 제목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와 연출 대박이다'하고 속으로 감탄했음.

 대본을 신중하게 고르기로 유명한 배두나 배우, 무대인사에서도 본인은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자랑스러운 영화라며 "지금 봐도 세련됐죠?" 하고 물었다. 근데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20년 전이니 촌스러웠던 패션이나 생활방식, 말투가 그대로 담겨있어 뭐가 세련됐다는 거지? 싶을 수도 있는데 연출만 보면 정말 세련됨. 아니나 다를까 감각적인 연출로 당시에도 호평받았던 작품이라고 한다. 역시는 역시인 거지. 정재은 감독님의 연출 데뷔작이라는데 감독님 능력치 정말 최고다.

 

 배두나 배우가 맡은 역할 '태희'는 뭐랄까. '저런 친구가 한 명만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거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방황하는 몽상가. 이렇게 애착 가는 캐릭터가 생기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배우-배두나와-이요원-투샷
배두나/이요원 배우

 이요원 배우의 독사진은 다 흔들린 관계로 투샷.

 이 영화가 계속 회자되고 이 감성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데 혜주를 찰떡같이 연기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가끔 왜 저래? 싶을 정도로 현실주의자인 혜주에게서 내 모습을 봤다. 사실 나는 따지고 보면 태희와 더 가까운 성격인데 "사회가 만만하니?" 하는 혜주의 모습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스트레스 줄 때의 모습이 보이는 거다. 그래서 혜주 캐릭터도 마냥 미워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나를 마주친 기분이었다. 

 

 조금 다른 말이지만 혜주가 월미도에서 입었던 사복이 내 스타일이라 자꾸 기억에 남는다.

 

 

배우-옥지영-무대인사-사진
옥지영 배우

 <고양이를 부탁해>가 첫 영화이자 대표작인 옥지영 배우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옥지영이라는 배우를 알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현실에 살아야 하는 스무 살 지영을 눈빛으로 충분히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지영이는 다섯 캐릭터 중에서 가장 무겁고, 지독하게 현실적인 생활에 살고, 이 영화의 제목인 '고양이'를 데려오는 중요한 캐릭터이다. 고양이와 붙어있는 시간이 가장 많다. 그런데 이번 무대인사에서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약 먹으면서 촬영했다 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물이 좋아서 행복하게 찍었다고. 나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걸 참으면서 촬영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안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투철한 직업정신에 박수를!!

 

 지영 캐릭터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강력 스포가 될 게 뻔해서 자제함..!

 


 

감상평

 이 아래로는 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 신기하다. 

 나에게도 추억이 있는 동인천에서 촬영을 하고, 나와 가장 비슷한 성격인 태희와, 또 다른 나의 모습인 혜주를,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영이를 모두 만나게 해 준 영화다. 모든 장면과 모든 캐릭터에서 나를 봤다.

 

 20년이나 지난 영화지만 지금도 여성들의 현실은 나아진 바 없다. 졸업하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선원 일에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가 타는 건 유람선이 아니다'라며 여자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치나 부리는 정도로 보는 대목이나, 증권가에 들어갔지만 여상 출신이라 중요 업무에서 밀리는 것, 면접 보러 갔다가 술 잘하냐는 희롱 깔린 질문을 받는 것 등등 감독님이 담아낸 스무 살 친구들의 모습은 현재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것만 두고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임이 분명하다.

 

 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은 초반에 아주 짧게 나옴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남아 극을 이어간다. 마음이 아프지만 가장 고개를 끄덕였던 건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가면서 어딘가 점점 멀어지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아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했던 친구들이 삐그덕 거리는 모습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지만, 만약 그렇게 스토리가 흘러갔다면 난 진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우정도 사랑처럼 영원할 수 없다지만 왠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영화에서 그려낸 청춘이 너무 예뻐서, 영화 찍기 전부터 매일매일 만나 얘기를 많이 나눴다는 배우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크리스마스, 연말도 함께 보내며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눴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고양이를 부탁해>의 프롤로그 같은 말. 그리고 나는 20년 뒤 이날의 무대인사를 에필로그라고 생각하고 싶다.

 

 

영화-고양이를-부탁해-무대인사-스크린
무대인사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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